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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저자 J. D. 밴스는 힐빌리 출신의 32살 청년으로, 약물 중독에 빠진 어머니와 수없이 바뀌는 아버지 후보자들, 그리고 다혈질에 괴팍한 성미를 가졌지만 손자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조부모 밑에서 자라며 윤리와 문화의 붕괴, 가족 해체, 미래에 대한 체념, 소외와 가난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저자
J. D.밴스
출판
흐름출판
출판일
2017.09.04

 

 

2024년 11월 5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었다. 재선에 도전하는 Donald Trump와 Kamala Harris가 맞붙었는데, 결과적으로는 Donald Trump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미국은 한국과는 달리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가 한 팀이 되어서 대선을 치른다. 이때 부통령 후보를(running mate)라고 부른다. 

 

힐빌리의 노래 저자 J.D Vance는 2024년 미국 대선에서 Donald Trump의 running mate였고 현 미국 부통령이다. 

원서는 Hillbilly Elegy이다. 지난 미국 대선 관련 신문 기사나 뉴스를 관심 있게 봤던 사람이라면 2024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하기 위해서 꼭 얻어야 하는 선거구는 Rust-Belt와 Sun-Belt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은 한국과 다르게 주 단위로 이루어진다. 즉 전체 투표수가 많아도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electoral vote)의 수가 적으면 패배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시가 2016년 미국 대선이다. Hillary Clinton이 전체 투표수는 더 많지만 주 선거인단이 적어서 Donald Trump에 패배했다. 미국은 대선 후보에 관계없이 특정 주는 항상 민주당(California, New York...)이 가져가고, 특정 주(Texas, Florida...)는 항상 공화당이 가져간다. 이러한 주들을 safe state라고 부른다. 

 

반면에 어떤 주들은 후보에 따라서 선거인단(electoral vote)을 민주당이 가져갈 때도 있고 공화당이 가져갈 때에도 있는데 해당 주를 swing-state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민주당을 뽑을지 공화당을 뽑을지 흔들리는 주라는 뜻이다. swing-state인 주들이 Rust-Belt와 Sun-Belt 지역인 경우가 많다.

 

Rust-Belt는 오대호(the Great Lakes)와 아팔란치아 산맥(Appalachian Mountains) 사이의 중공업 중심의 공업지대이다. 

Rust-Belt에 해당하는 주(state)로는 Pennsylvania, Michigan, Wisconsin, Ohio 등이 있다.

 

 

 

Sun-Belt는 미국 남부 북위 약 37도 이하의 따듯한 지역을 가리킨다. Arizona, New Mexico 등이 대표적인 Sun-Belt 주이다.

 

Rust-Belt는 과거 철강산업, 석탄 채굴, 자동차 제조업으로 유명한 지역이었지만 1950년대 이후로는 점점 쇠락하면서 1970년대 이후에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특히 더 이상 석탄이 중요한 연료로 사용되지 않고 중국에서 제조업이 크게 성장하다 보니 수출에서도 밀리게 되었고, 석유 파동 등도 일어나면서 Rust-Belt의 경제는 완전히 몰락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 J.D Vance는 1984년 Rust-Belt의 한 주인 Ohio의 MiddleTown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년시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같이 살았다. 그의 엄마(베브)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자였으며 4번의 이혼을 했었다.

생물학적 아버지(Donald Bowman)는 J.D Vance의 엄마와 어렸을 때 이혼했기 때문에 J.D Vance는 그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새아빠(James David Hamel)가 있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아빠가 여러 번 바뀌게 된다. 그 결과 J.D Vance는 할머니(Bonnie Vance)와 할아버지(James Vance)의 성을 따르게 된다. 사실상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문제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J.D Vance 만이라도 콩가루 집안에서 유능한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J.D Vance를 정성스럽게 키웠다. 할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어느 날 할머니가 한 번 더 취한 채로 집에 오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결국 또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오자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불을 붙인 일화도 책에 있다. 다행히 할아버지는 건강에는 별 지장이 없는 약간의 화상만 입은 채로 사건을 마무리되었다. 

그렇다고 할머니도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웃집 개가 지속적으로 J.D Vance네 마당에 똥을 싸서 할머니는 이웃에게 한 번 더 똥을 놓으면 각오하라는 으름장을 놓았다. 할머니는 며칠 뒤 이웃집 개를 총으로 쏴서 죽였다. J.D Vance네는 굉장히 가난한 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본인에게 나오는 보조금을 모아서 고가의 Texas Instruments 공학용 계산기도 거리낌 없이 J.D Vance에게 사주었다. 반면 엄마는 약물 중독자임에도 불구하고 운전 면허증을 유지하기 위해서 약물 성분이 없는 아들의 소변을 제출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았다.   할아버지도 Rust-Belt의 blue-collar 철강산업 노동자로써 J.D Vance네 대가족을 부양하였다. 

 

책은 J.D Vance가 태어난 Ohio Middle Town과 방학 때마다 지낸 Kentucky Jackson을 배경으로 Rust-Belt의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하층 백인들의 삶을 묘사한다. J.D Vance의 유년 시절부터 그가 미국 해병대(Marine Corps)와 오하이오 주립대(University of Ohio)를 거쳐서 Yale Univesity(예일대 로스쿨)까지 진학하게 되는 여정을 다룬다. 책의 후반부에는 그의 아내 Asha Vance를 예일대 로스쿨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도 다룬다. 

책의 제목 Hillbilly 역시  Rust-Belt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책에서는 Mamaw(할모), Papaw(할보)로 표기하는데 힐빌리 문화권에서만 쓰이는 독특한 애칭이다. 

 

2024년 대선에서 결과적으로 공화당이 Rust-Belt 경합주 (Michigan, Pennslyvania, Wisconsin)을 모두 가져가면서  Donald Trump가 대통령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지역 선거구를 공화당이 가져가게 된 원인에는 J.D Vance의 역할이 큰 것 같다. 그는 4년 동안 미국 해병대원으로 복무했고, 6개월간 이라크에도 파병을 다녀왔으며 힐빌리 출신이지만, 
예일대 로스쿨까지 졸업해서 Rust-Belt에 살고 있는 소외된 하층민들에게 롤모델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책은 재미있다. 번역을 아주 잘한 것 같지는 않지만, Hillbilly 문화를 한국어로 잘 번역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Netflix에 영화로도 나와있기 때문에 책을 읽기 싫다면 영화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KW_3aaoSOYg

 

지하철을 타고 학교 갈때에만 책을 읽었는데 다 읽는데 일주일보다 조금 더 걸려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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